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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다이버전스 관점에서 본 성인 ADHD – 질병이 아닌 다양성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by 건강미소핀 2025. 8. 5.

 

뉴로다이버전스 관점에서 본 성인 ADHD 관련 사진


과거에는 ADHD를 ‘주의력이 부족한 병’ 혹은 ‘충동적인 이상행동’으로 규정짓고, 약물치료 중심의 접근이 우세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뉴로다이버전스(Neurodivergence)’라는 개념이 부상하면서, 성인 ADHD에 대한 인식과 대응 방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뉴로다이버전스는 인간의 신경 발달과 정보 처리 방식이 획일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개념으로, ADHD를 ‘질병’이 아닌 ‘신경 다양성’으로 받아들이는 시선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ADHD를 바라보는 기존의 의료적 관점과 뉴로다이버전스 관점의 차이, 사회적 인식 변화, 그리고 이러한 시선 전환이 실제 성인 ADHD 당사자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의료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ADHD를 질병이 아닌 신경 다양성으로 이해하기

전통적으로 ADHD는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라는 병명 아래 분류되었으며, DSM(정신질환 진단 매뉴얼)에서도 정신 질환으로 다뤄졌습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진단과 치료는 결핍, 장애, 비정상이라는 프레임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ADHD를 단지 ‘병리적 상태’로만 바라보는 데 대한 비판이 커졌습니다. 특히 영국, 미국, 북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뉴로다이버전스 개념이 학계와 교육계, 심리치료 현장에 확산되면서, ADHD는 ‘고장난 뇌’가 아니라 ‘다르게 작동하는 뇌’라는 개념으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뉴로다이버전스는 자폐 스펙트럼, 난독증, 투렛 증후군, 그리고 ADHD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들은 단순히 비정상이 아니라 인간의 인지와 반응 범주의 일부로 본다는 점에서 기존 의료모델과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예컨대, 전통적 관점에서는 충동성을 ‘통제력 부족’으로 해석했다면, 뉴로다이버전스 관점에서는 ‘즉각적 판단과 빠른 행동 반응’이라는 특성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선은 단순히 개념의 변화가 아니라, 실제 교육, 고용, 사회 복지 시스템에 반영되어야 하는 구조적 전환을 의미합니다.

 

사회 인식 변화와 제도적 반영: 뉴로다이버전스를 존중하는 환경 조성

뉴로다이버전스 개념은 학술적 이론을 넘어, 실제 사회제도와 문화에 반영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일부 주에서는 공공기관 및 학교에서 ADHD 및 자폐 스펙트럼 당사자에게 ‘배려가 필요한 신경유형’으로 인정하고, 평가 방식이나 일정 관리, 과업 분배 등에서 유연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일부 기업들은 뉴로다이버전트 인재 채용 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은 전통적 면접보다 실제 작업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선발을 진행합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일부 대기업이나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자율적 출퇴근제, 정해진 근무 좌석 없이 일하는 자율형 사무 환경, 시끄러운 회의 대신 문서 중심 협업 문화 등 ADHD 친화적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복지 영역에서는 ‘발달장애’라는 용어 대신 ‘신경다양성 기반 지원대상자’로 용어가 확장되며, 대상자에 대한 낙인을 줄이고 권리 기반 접근을 시도하려는 흐름도 나타납니다. 뉴로다이버전스 인식 확대는 단지 당사자에게 이로운 환경을 만드는 것을 넘어, 비당사자에게도 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합니다.

 

성인 ADHD 당사자에게 주는 심리적·사회적 회복 효과

성인 ADHD는 유년기부터 ‘너무 산만하다’, ‘이기적이다’, ‘게으르다’는 부정적 평가를 반복적으로 받아오며 자존감에 큰 손상을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내부화된 낙인은 성인이 된 후에도 직장 내 적응 실패, 인간관계의 반복된 갈등, 자기효능감 저하 등으로 이어지며 삶의 만족도를 낮춥니다. 하지만 뉴로다이버전스 관점을 접하게 되면, 많은 ADHD 당사자들은 처음으로 “내가 고장 난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기능하는 것일 뿐이구나”라는 자각을 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 자기 인식의 근본적 재구성을 이끌어내고, 자기 돌봄과 자존감 회복, 타인과의 건강한 거리 조정 등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반복적인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게으름’으로 여기던 당사자가, 도파민 시스템의 특징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업무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ADHD 당사자가 조직 내에서 자기 특성을 솔직하게 공유하고 ‘어떻게 일하는 게 가장 좋은가’를 논의하는 기회가 확대되면, 개인뿐 아니라 팀 전체의 생산성과 유연성도 함께 향상됩니다. 이처럼 뉴로다이버전스 시선은 성인 ADHD의 문제를 ‘교정’이 아닌 ‘조정’과 ‘재설계’로 바라보게 만들며, 보다 지속가능한 자기 관리와 사회 적응을 가능하게 합니다.

 

 


성인 ADHD를 ‘질병’이 아닌 ‘신경 다양성’으로 이해하는 뉴로다이버전스 관점은 단순한 이론적 변화가 아니라, 진단·치료·사회 시스템 전반을 재구성하는 흐름입니다. 이는 성인 ADHD 당사자가 스스로를 비난하거나 수치심에 빠지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ADHD는 고쳐야 할 결함이 아니라, 조율하고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신경적 정체성입니다. 이제는 그 다양성을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태도가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