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는 오랫동안 남아와 성인 남성에게서 더 흔한 질환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는 여성에게서도 ADHD 유병률이 상당히 높음이 밝혀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ADHD는 발견과 치료가 훨씬 더 어렵고 늦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증상 표현의 차이, 사회문화적 요인, 생리적·호르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2024년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여성 ADHD의 발견과 치료가 어려운 이유 3가지를 심층적으로 살펴봅니다.
1. 남성 중심의 진단 기준과 증상 표현의 차이
ADHD 진단 기준은 주로 남아와 성인 남성의 행동 양상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남성 ADHD는 대개 과잉행동형 혹은 복합형이 많아 학교나 직장에서 문제 행동으로 쉽게 주목받습니다. 반면 여성 ADHD는 상대적으로 주의력결핍형(Inattentive Type)이 많아, 과잉행동보다는 ‘조용한 산만함’과 ‘내적 집중 어려움’으로 나타납니다.
- 남성 ADHD – 교실에서 뛰어다니거나 충동적 행동을 보임 → 교사나 부모가 바로 인식
- 여성 ADHD – 수업 중 멍을 때리거나 생각이 딴 데로 새는 경우 많음 → ‘꿈꾸는 아이’로 보임
이러한 증상은 문제행동으로 인식되기보다는 게으름, 부주의, 성격적 결함으로 오해받기 쉽습니다. 실제로 많은 여성 ADHD 환자는 학창시절 교사나 부모로부터 “조용한데 왜 이렇게 실수가 많을까?”라는 말을 들으며 지나갑니다. 또한 현재 사용되는 진단 도구는 남성 ADHD의 특징적 행동(과잉행동, 충동성)을 중심으로 점수화되어 있어, 여성의 미묘하고 내면화된 증상은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여성 ADHD는 명확하게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진단이 수년~수십 년 늦어지고, 성인이 된 이후 업무 스트레스와 대인관계 문제로 뒤늦게 진단받는 사례가 많습니다.
2. 사회적 기대와 ‘가면쓰기(Masking)’ 경향
여성은 사회적으로 “조용하고 정돈된 모습,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를 기대받습니다. 이런 사회적 기대 때문에 ADHD 증상이 있더라도 이를 감추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를 가면쓰기(Masking)라고 합니다. 여성 ADHD 환자는 겉으로는 성실하고 얌전한 모습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극심한 피로와 스트레스를 겪습니다.
- 학교·직장에서 주의받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 → 퇴근 후 완전 탈진
- 조직적이고 완벽한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일정 관리에 과도한 시간 소모
- 내적 혼란과 산만함을 감추기 위해 지나친 자제력 사용 → 만성 불안과 우울증 동반
이렇게 사회적 기대를 맞추기 위해 스스로를 억누르다 보면 ADHD의 본질 증상은 숨겨지고, 겉으로는 정상처럼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만성 피로, 낮은 자존감, 자기비난이 깊어집니다. 결국 여성 ADHD는 외부 행동 문제가 덜하고, 내면화된 고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발견이 더 어렵고 우울·불안장애로 오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달리 남성 ADHD는 증상이 외현화되어 있어 가족이나 교사, 동료가 문제를 빨리 인식하지만, 여성 ADHD는 오히려 ‘참을성 있다’, ‘조용하다’는 오해를 받으며 진단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호르몬 주기와 생애주기 변화에 따른 증상 변동
여성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등 호르몬 주기 변화에 따라 ADHD 증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에스트로겐은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대사를 돕는 역할을 하는데, 생리 직전이나 폐경기에는 에스트로겐이 급감하여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감정기복이 심해집니다.
- 사춘기·생리주기 – 감정 변화와 ADHD 증상이 동시에 악화되어 학업 스트레스 증가
- 임신·출산기 – 수면 부족과 육아 스트레스로 ADHD 증상이 가중되며 산후우울증과 혼동되기 쉬움
- 폐경기 – 에스트로겐 감소로 전전두엽 기능 약화 → ADHD 증상이 재악화되거나 새롭게 드러남
이러한 생애주기별 증상 변동은 ADHD를 다른 질환(산후우울증, 폐경기 우울증)으로 오인하게 만들고, 치료 타이밍과 약물 선택이 더 복잡해집니다. 예를 들어 생리 전후로 ADHD 약물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고, 호르몬 변화에 따라 부작용이 달라질 수 있어 여성 ADHD 치료는 더 세심한 조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여성은 감정조절과 대인관계에서 요구되는 사회적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호르몬 변화로 감정이 불안정해지면 ADHD 특유의 감정폭발이나 충동성을 숨기기 더 힘들어지고, 이로 인해 심리적 부담이 가중됩니다.
결론
여성 ADHD는 ① 남성 중심의 진단 기준으로 인한 증상 인식 부족, ② 사회적 기대와 가면쓰기 경향, ③ 호르몬과 생애주기 변화에 따른 증상 변동으로 인해 발견과 치료가 더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여성 ADHD는 우울·불안으로 오진되거나 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으며, 진단 시점에는 이미 낮은 자존감과 만성 스트레스, 사회적 기능 저하가 동반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여성 ADHD의 진단과 치료는 남성과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여성의 증상 표현과 사회적 맥락, 호르몬 변화까지 고려한 맞춤형 평가가 필수적이며, 약물치료뿐 아니라 심리사회적 지지, 생체리듬 및 환경 조절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최근에는 여성 ADHD의 특성을 반영한 진단 도구와 생리주기별 약물조절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수록 여성 ADHD 환자의 삶의 질도 개선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