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는 그동안 주로 뇌 기능 이상, 도파민 불균형, 전두엽의 실행기능 저하 등으로 설명돼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뇌와 장이 상호작용하는 ‘장-뇌 축(Gut-Brain Axis)’ 개념이 주목받고 있으며, 특히 장내 미생물의 상태가 신경전달물질 분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ADHD 환자와 관련된 주요 신경전달물질, 이와 장내축이 연결되는 메커니즘, 그리고 마이크로바이옴 중심의 ADHD 연구 최신 이론을 정리합니다.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ADHD에 미치는 영향
ADHD는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물질 불균형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들 물질은 주의력 조절, 동기부여, 감정 조절, 충동 통제 등에 관여하는데, ADHD 환자들은 특히 도파민의 분비량이나 수용체 반응성이 일반인보다 낮은 경향을 보입니다.
도파민은 보상 시스템과 직접 연결된 신경전달물질로, 학습과 집중력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ADHD 환자들의 경우, 도파민 분비가 적거나 재흡수가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자극에 대한 반응이 과도하거나 지나치게 무감각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학습 동기나 작업 지속성이 떨어지고, 외부 자극을 따라 충동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한편 노르에피네프린은 경각심, 반응 속도, 스트레스 조절에 관여하며 도파민과 함께 전두엽 기능을 조절합니다. 이 두 물질의 균형이 깨질 경우, ADHD의 주요 증상인 ‘주의 산만함’과 ‘충동성’이 악화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사용되는 ADHD 약물 대부분이 도파민 재흡수를 억제하거나 노르에피네프린 활성도를 높이는 기전을 가집니다. 하지만 약물의 반응은 개인차가 크며, 점점 더 많은 연구자들이 약물 외의 생리적 조절 메커니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장-뇌 축’입니다.
장내축(Gut-Brain Axis)과 신경전달물질 간의 연결
‘장-뇌 축’은 소화기관인 장이 단순히 음식물 처리를 넘어, 뇌 기능과 정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개념으로, 최근 신경정신의학 분야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이론입니다.
장내 미생물은 우리 몸의 면역 조절과 대사 작용 외에도, 도파민, 세로토닌, GABA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전구물질 생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특히 세로토닌의 약 90%는 장에서 생성되며, 일부 유익균은 도파민 생산에 필요한 L-도파나 비타민 B군의 합성에 기여합니다.
또한, 장내 미생물군은 장벽을 통해 면역계와 자율신경계를 자극하여, 뇌의 염증 반응 및 신경전달물질 조절에 간접적 영향을 미칩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ADHD 아동의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낮고, 특정 유익균(예: Lactobacillus, Bifidobacterium)이 결핍된 경우가 많습니다.
장내축의 작동 방식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 → 신경전달물질 합성/조절 → 미주신경/호르몬 전달 → 중추신경계 반응 → 감정·주의력 조절
즉, 장내균의 구성과 기능 상태가 뇌의 주의력 및 충동성 조절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실질적인 생리적 경로가 존재하는 셈입니다. 이는 ADHD 치료에서 장내 환경 개선의 중요성을 새롭게 조명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ADHD 연구의 최신 동향
최근 ADHD와 마이크로바이옴을 연결하는 연구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첫째, 2022년 미국 NIH의 지원으로 수행된 한 연구에서는 ADHD 아동 그룹에서 장내 균총의 다양성이 유의미하게 낮았으며, 프로바이오틱스 보충 후 주의력과 수면 질이 개선되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이 연구는 뇌의 주의 집중 네트워크 활성도가 장내균 조절과 동반 상승하는 것을 fMRI로 확인했습니다.
둘째, 유럽에서 수행된 연구에서는 ADHD 환자에게 특정 유산균(B. longum, L. rhamnosus)을 8주간 투여했을 때, 불안감 감소 및 충동 조절 점수 개선이 관찰됐습니다. 이 유산균들은 도파민과 GABA 수용체의 민감도를 조절하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셋째, 한국 내에서도 소아 ADHD 환자에게 프리바이오틱스(식이섬유) 중심의 고식이섬유 식단을 제공한 파일럿 연구가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배변 개선과 정서 안정감이 향상되었다는 초기 결과가 나왔습니다.
현재까지의 연구는 대부분 초기 단계이며, 인과관계보다 상관관계 분석 중심입니다. 하지만, 약물에만 의존하지 않고 장내환경을 조절하는 새로운 치료접근법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ADHD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ADHD는 단지 뇌만의 문제가 아니라, 장내환경과도 밀접하게 연결된 전신적 신경조절 이슈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도파민·세로토닌 등 주요 신경전달물질은 장내 미생물과 상호작용하며, 이는 주의력·감정조절·행동 패턴에 실질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ADHD 관리에 있어, 약물치료뿐 아니라 식단, 장 건강, 유익균 보충 등의 복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앞으로의 ADHD 치료는 신경과학과 장내생물학의 융합 속에서 더욱 개인화되고 근거 기반적으로 발전해갈 것입니다.